직분은 과거의 명함이 아니라, 오늘의 사명입니다
작지만 결코 가벼울 것 같지 않은 나에 고민
– 새로운 교회에서 겪은 작지만 깊은 고민
얼마 전, 나는 새로운 교회를 찾았다.
큰 규모의 교회였지만, 처음에는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싶었다.
어느 공동체든 새로 들어가는 순간은 낯설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 달 가까이, 말없이, 눈에 띄지 않게,
그저 예배만 드렸다.
하나님과 나, 그 관계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교회는 나를 조용히 두지 않았다.
새 신자 등록을 권유받았고,
거절했지만 다시 방문자 명부 작성 요청이 들어왔다.
별 의미 없이 이름을 적었을 뿐인데,
그다음 주부터 전화 심방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전화는 나를 “집사님”이라 불렀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집사가 아닙니다. 그냥 평신도입니다.”
2주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권사님”이라고 부르셨다.
나는 다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야 했다.
“저는 권사도 아닙니다. 평신도입니다.”
❓왜 나에게 직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말해, 나는 당황스러웠다.
이 교회에 처음 온 내가, 왜 자동으로 무언가의 '직분자'로 여겨지는 걸까?
그들의 시선 속에는
“이 사람은 이전 교회에서 직분을 맡았겠지”
“그 직분이 지금도 유효할 거야”
하는 당연한 전제가 깔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었다.
직분이 과연 내 이름처럼 평생 따라야 하는 훈장인가요?
내가 어떤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받았든,
지금 이 교회에서의 나는 '새로운 사람' 아닐까요?
나는 조용히 예배하고, 기도하고,
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역할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준비되지도 않았고,
사명에 대한 확신도 없는 내게
무언의 “책임”이 따라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내가 믿는 ‘직분’의 의미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직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지금 이 자리에서의 사명’이지,
이전 교회의 명함이 아니다
내가 어느 교회에서든 충실히 사명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직분은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만약 내가 새로운 삶을 위해 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다른 교회로 옮기게 된다면,
나는 그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인으로서의 겸손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분은 과거의 명함이 아니라, 오늘의 사명입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태도로, 어떤 준비로 하나님 앞에 서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직분은 나를 대접받기 위한 칭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부르심입니다.
새 신자를 만나면,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직분을 가졌는지를 묻기 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예배드리고 있는지를
먼저 헤아려주는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 나처럼 조용히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새신자가 누군가의 관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새로운 교회를 찾습니다.
누군가의 '과거'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마음'을 더 귀하게 여기는 공동체가
진짜 건강한 교회 아닐까요?
이 글이 작은 교회 문화의 변화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이 마음을 나눠봅니다.